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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7-16 21:03

  • 박스기사 > 신춘문예 및 학생백일장

영주신문 2026년 병오년(丙午年) 역동적인 제3회 신춘문예 수상자 발표

전국 총 3,983편 응모, 지난 2회보다 1958편 증가…작품 수준 해마다 상당히 높아

기사입력 2026-01-13 20:48 수정 2026-01-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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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문 당선작(상금 일천만원) ‘기화(奇話)’의 김경숙 수상

학생백일장 최우수작(상금 200만원) ‘끝에 시작이 오는 법주백경, 우수작(상금 50만원) ‘뜨게질구윤하, 장려작(상금 20만원) ‘비 오는 날전민서, ‘비망록김서연

 

선비정신 함양과 전 세계적인 친환경운동 캠페인을 모토로 하는 전통의 영주신문이 지역신문 중에서도 보기 힘든 지령 1371호를 맞이하면서 선비정신의 굳은 속살인 문향의 뿌리 깊은 맥을 이어가고자 개최한 2026년 병오년(丙午年) 전국신춘문예 및 학생백일장이 폭발적인 관심사와 뜨거운 기대 속에 아쉬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전국에서 총 3,983편이 응모하면서 많은 주목과 함께 큰 관심을 보여주었다. 이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문학인들과 문학지망생들이 내면에 쌓인 감성적인 지적표현에 목말라 하고 있음을 입증시켜준 기회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영주신문은 더 한층 보다 성숙한 선비정신 함양과 친환경 운동 캠페인이 함께 스며든 곧은 창간정신을 거울삼아 앞으로도 신문문예와 학생백일장을 이어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그러기 위하여 빈수레가 덜컹거리는 요란함과 속빈 강정 같은 결핍의 허구함만이 묻어나는 추상적인 껍데기 언론이 아니라 유서 깊은 선비상이 스며들고 친환경적인 자연보호를 내세우는 참언론의 길을 지향할 것이며 신선한 문학적 충족에 있어서 지원을 더욱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이와 어깨를 함께 하면서 희망찬 내일의 영주발전을 위해 뚜벅뚜벅 진중한 발걸음을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다.

이번 병오년(丙午年) 신춘문예에 응모해주신 전국의 수많은 문학인들에게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리면서 묵묵히 걸어온 34년 전통의 영주신문을 아껴주시고 보다듬어주신 지역민들과 출향인 그리고 성원의 박수를 보내주시고 있는 애독자 여러분들께 두 손 모아 감사드린다. 아울러 수상자와 옥고를 어렵게 골라주신 심사위원 여러분들에게도 당선 축하와 함께 희망이 가득한 신년의 푸근함과 넘치는 행운을 드리고 싶다. -편집자 주-

 

= 수상작품 =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기화(奇話) / 김경숙

 

가을비엔 오래전 가뭄의 얼룩이 숨어 있습니다

 

달빛은 달그림자라는 얼룩

햇빛은 해그늘이라는 얼룩

시간은 모든 것을 지우지만 얼룩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합니다

 

총성은 피냄새라는 얼룩

타향은 고향이란 얼룩

찬란한 도시에는 소음 빈곤이란 얼룩이 달라붙어 있습니다

 

모든 열매에는 꽃냄새라는 얼룩이 있어

어떤 강한 세척제로 빨아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얼룩만큼 자유로운 존재도 드물지만

얼룩만큼 저의 모양에 딱 맞게

들어앉아 둘레를 치고 있는 존재도 드물 것입니다

 

일정한 얼룩이 없는 것으로 보아

사람의 마음속 지문이나

얼룩말 얼룩소 얼룩동사리의 얼룩무늬처럼

신분의 한 종류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조금 울적할 때면 마음속 얼룩을 뒤적거려 봅니다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말을 합니다만

얼룩이 자란다는 것은

번진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렇게 번지는 얼룩은

드넓은 초원을 태우며 지나가기도 하고

파란 사과에 들어가 조금씩 빨간색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가끔 만나는 얼룩을

한눈에 알아보지 못해 얼룩무늬로 착각할 때도 있습니다

 

가을비 오는 날 귀뚜리가 입을 뻐끔거리며 얼룩을 토하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매일 매일

서로서로 더 성숙해가는 배열일 뿐이니까요

 

웃음속에 울음이란 그늘을 만들고 울음속에 웃음이란 물체주머니를 사용해

자신의 체액으로 집중하며 진화하는 것일 뿐이니까요


<
2026년 영주신문 신춘문예 당선소감/ 김경숙>

 

추운 기다림 끝에 꽃이 피었습니다.

 

먼저 이렇게 큰 상금을 걸고 신춘문예를 모집해 주신 영주신문사에 머리를 숙여 감사드립니다.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은 나무를 심는 일과

그 들뜬 나무가 제자리를 찾는 동안

기다려 주는 일입니다.

기다려 주는 일,

그런 일엔 이골이 난 사람이지만

나를 참고 기다려 주는 일은 지루하고 힘겨웠습니다.

모든 기다림은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러므로 기다림의 길이는 모두

정해진 바 없는 제각각입니다.

 

땅에 나무를 심는 일을 오래 했습니다. 흙투성이 삽과 호미는 낡아갈수록 반질반질 윤이 납니다만 거칠어진 손등은 점점 굴피나무 껍질을 닮아갑니다. 손가락이 굽는 동안 돋보기를 써야 책장을 넘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추운 기다림 끝에는 꽃이 피어났고 더운 기다림 끝엔 나무들이 묵묵히 문 닫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손가락엔 옹이처럼 펜 혹이 생겼고 혹은 함께 기다려 준 존재 중 하나입니다.

 

첫눈이 내리고 있었고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축하합니다!’ 라는 말을 듣고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폭죽처럼 터지는 눈송이가 두 눈 속으로 차갑게 들어와 뜨겁게 흘러넘쳤습니다. 한동안 그 자리에서 눈발을 뒤집어쓰고도 참 따뜻했습니다.

 

제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 박영교 선생님 이서빈 선생님 이옥 선생님 정구민 선생님 글빛나 선생님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항상 응원해주는 가족들 사랑합니다. 마감 시간이 지난 응모작을 들고 우편집중국까지 달려가 아슬아슬하게 발송해주신 김해대동 공지홍우체국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나무를 심었고 묵묵히 꽃을 기다리겠습니다.

 

숲을 가꾸듯 시를 가꾸겠습니다.

시를 가꾸듯 마음도 가꾸겠습니다.

 

2026. 새해 아침 카페 대동숲에서


 

2026년도 영주신문 제3회 신춘문예 심사평

 

영주신문 제3회 신춘문예 응모작품은 2회 때보다 더 많은 문인들이 응모하였다. 지역별 응모편수는 서울 · 인천 · 경기지역 927, 강원지역 238, 충북지역 277, 충남지역 304, 대구 · 경북지역 672, 부산 · 경남지역 525, 전주 · 전북지역 358, 광주 · 전남지역 461, 제주지역 221편 등 이다. 전체 응모편수는 총 3983편으로 지난해보다 1958편 증가하였다.

심사위원 다섯 명은 우선 예심을 거친 작품을 또 다시 읽어서 참신한 작품을 찾아내려고 전력을 다했다. 심사위원들은 3회 작품이 2회 때보다 더 좋은 작품이기를 기대하면서 찬찬히 읽으면서 심사를 하였다. 심사에서 통과한 작품들 중에서 AI에서 얻어진 작품도 있어서 검색하고 확인하였다.

예심에서 통과한 작품 전부를 심사위원들 전원이 윤독하면서 찾아낸 작품은 3명의 작품, 솔이는 소리없이4, 바람은 찢어진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한다4, 그리고 기화奇話4편 모두 15편의 작품이었다. 심사위원들은 한 명의 시인이 응모한 작품 다섯 편이 똑 고른 수준에 오른 시인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기로 합의하였다. 거기에 해당되는 작품은 김경숙 님의 기화奇話4편의 작품이었다. 본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 전원이 윤독을 하고 난 후 한결같이 고른 수준의 작품이라고 하였다.

작품 기화奇話가을비엔 오래전 가뭄의 얼룩이 숨어 있습니다라는 시의 첫 행으로 시작한 얼룩에 대한 언어를 잘 풀어내고 있다. 가뭄의 얼룩, 달과 해의 얼룩, 총성은 피 냄새의 얼룩, 타향은 고향의 얼룩, 도시는 빈곤의 얼룩 등의 얼룩들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좁게는 한 개인의 역사의식의 얼룩인 동시에 넓게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역사의 얼룩을 얘기하면서 그 흔적을 말끔히 지울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그 얼룩의 흔적을 보면서 그리워하고 아픔을 되새겨 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흔적의 얼룩이 인간 자신의 마음속에 안착이 되면서 마음이 울적할 때면 뒤적거려 본다는 것이다.

그 사실은 우리들의 역사의식으로 번져가지만 나쁜 얼룩은 두고두고 사람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것이다. 칭찬하고 싶은 얼룩은 언제나 활짝 열어놓고 웃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가을비 맞는 귀뚜라미가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과 같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울지도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스스로 말도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사람은 살아있어야 사람이라는 명제를 얻을 수 있지만 그가 남기는 그늘 즉 얼룩은 항상 그를 따라 다니는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잘못된 삶을 스로에게 짙은 얼룩으로 남겨서는 안 될 것으로 본다. 좋은 얼룩은 항시 이야기 하며 보내는 그 사람 개인의 역사, 그것이 쌓여져서 우리나라의 훌륭한 역사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에는 늘 얼룩이 드리워져서 따라 다닌다. 좋은 이미지의 그늘 즉 얼룩은 후세 사람들이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면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고 거기에는 긍정적인 성장과 발전이 뒤따르게 되는 것이다.

뒷받침하는 작품들도 대체로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다섯 명의 심사위원들도 만족하였다. 작품 풀 숲은 먼 곳에서 보기 좋은 풀숲도 가까이 가면 온갖 더러운 것들이 우글거리지만 그곳에서도 날아오르는 새때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름 보관법, 가난을 말리다, 동물성 부정의 힘등 중에는 가난을 살아가는 방법과 미역을 말리는 법, 앙상하게 말라가는 마른 어머니의 아픈 마음을 햇볕에 말리는 미역에 비유했다.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정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끝으로 제3회 영주신문 신춘문예에 응모한 모든 분들의 건강과 건필을 기원하며 문운이 함께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또 문인을 키워가는 영주신문이 더욱 더 번창하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 이서빈 · 이 옥 · 정구민 · 글빛나 · 박영교()



<백일장 부문 : 최우수작>
 

끝에 시작이 오는 법 /주백경(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장기고등학교)

 

사람 명 끝에 다다라도,

더 이상 리듬이 새겨지지 않는

심장을 가진 자에겐

새로운 랩소디의 첫 음이 되어라.

 

낙엽 잎 뿌리까지

내려앉아 바스러져도,

새하이얀 눈들이

가지 위에 떠져라.

 

언덕 너머 해가 져도,

저 건널목

늦잠 자는 얼굴을 물들여라.

 

내가 좋아하는 시집에

마침표가 달려도,

작가의 말이 새어 나와라.

 

너가 좋아하던 음식을 다 먹어도,

아이스크림 기계의 입을 벌려라.

 

우리가 추던

춤에 맞춰 흐르던

레코드가 멈추어도,

 

우리는 콧노래를 부르며

발을 멈추지 않았어.

 

우리 사랑의 끝은

왜 축복의 시작이 아닌,

 

봄바람에도 위태롭던,

비틀대던 마음의 죽음이었을까.


<수상 소감> 주백경(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장기고등학교)


최우수상이라는 대단히 제게 과분한 상을 받게 되어 매우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6개월 동안 약 120편 정도 써오며 항상 제 실력에 대해 의심하고 글을 쓴다는 일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을 때 즈음에 이러한 상을 받게 되어 앞으로도 계속 글을 써갈 거란 용기와 격려를 얻은 기분입니다. 이러한 상을 탄 건 제 주변에서 격려해 준 친구들과 항상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씀해 주시고 저를 키워주신 아버지가 없었다면

글을 쓴다는 일 자체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상을 주신 영주신문사 심사원분들께도 감사에 말씀을 드리며 첫 백일장 도전에도 이런 성과를 따내어 믿기지 않는 마음입니다.

저와 같이 글을 쓴다는 사람이 많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학생들, 더 나아가 자신의 길이 옳은 길인가를 느끼는 사람들께도 이런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길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서 만들어지지만 첫 번째로 발걸음을 내딛는 용기와 그곳으로 계속 오가는 끈기가 있어야 사람들이 따라와 준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영주 신문사에 또 한 번 감사드립니다.



<백일장 부문 : 우수작>

뜨개질 / 구윤하

 

천사는 날개로 말한다는데

기침으로밖에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가 있다

 

숨이 다 넘어가도록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리는 기침 소리

몇 번을 넘어가도 멈추지 않는 숨 빠지는 소리

털석이며 빠져나오는 따갑게 꼬인 숨

 

오늘 뜬 두 단은 오월의 어느 날

먼지 속에서 잠을 잤던 겉뜨기

우는 장판이 발목을 콱 잡았던 빼뜨기

 

천사는 날개를 짜지 않는다

기침을 짜는 이의 날개는 어떤 모양일까

 

남은 아홉 달에는 먼지 쌓일 틈도 없이 자꾸 코가 빠졌다

고봉밥을 밀어넣고 반나절을 닦아대던 삼 년은 코가 없었다

또다시 돌아온 아홉 달은 품지 못했다

사십 주를 못 채운 안뜨기는 그렇게 날개가 못됐다

 

연신 엉킨 숨을 내뱉으며 손만 분주했던 어제는 다시 뜨거운 침묵

귀를 막고 기침 소리를 한 단씩 묶고 나면 자꾸만 코가 비뚤어졌다

조이면 울고 풀면 일그러트리고

 

기침은 먼지를 낳고

먼지를 끌어모아다 뜨면 오늘이 된다

이렇게 계속 뜨다 보면 내일이 될까

울지 않고 또 십 년이 될까

먼지 안은 기침을 쓰다듬고 나면 날개가 될까

 

오늘은 코가 빠지지 않은 날개를 짰다

이제는 따갑지 않은 기침을 가지고

묵묵히 부드러운 날개를 짰다


 

<수상 소감> 구윤하


안녕하세요.

먼저, 목 안의 소리였을 제 시가 누군가의 눈에 들어가고, 마음속에서 움직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조용히 제 길을 응원해 주시고, 시를 쓸 수 있는 힘을 북돋아 주신 분들 덕에 이렇게 큰 상을 큰 상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아픔을 떠안고 살아가는 분들의 애환을 뜨는 마음으로 이 시를 적었습니다. 차디찬 아픔을 떠안고도 내색 하나 않는 분들의 마음을 뜨개질하듯 고요히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아픔에게 날개를 달아 날려 보내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쌀쌀한 계절을 보냈습니다.

 

빠르게 변해 가는 세상 속에서 작고 낮은 목소리를 문장으로 외치는 것이 때로는 무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 서툰 외침으로 인해 그 목소리를 귀담아듣는 이가 생기고, 작은 것들에게 든든한 길을 터 주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시를 적는 보람이 있습니다.

 

끝으로, 제 시에 우수작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신 심사 위원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덜 자란 시에 이름을 달아 주신 덕에 앞으로 나아갈 길이 더 넓게 펼쳐진 것 같습니다. 만들어 주신 소중한 기억을 동력 삼아 오랫동안 더 커다랗고 깊은 시를 쓰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백일장 부문 : 장려작1>

 

비오는 날 / 전민서

 

비 속을 걷다 보면 아래로 흐르는 줄기가

민달팽이에게는 얼마나 더 아플지 고민하게 된다

우산을 쓰고 발을 돋는 건 그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가슴께에 썩은 나뭇가지가 박혀 있고

 

새벽 외딴 강

아스팔트 위에 염소 하나가 있다

 

떨어지는 건 모두 같아서 울음소리는 공명한다

음메메

하는 게

고층아파트를 가리고

하수구 냄새나는 언덕 주택가 아줌마를 궁금하게 할

자살,

그는 자신을 타자로 봤어요

집 있는 달팽이가 되고 싶어서 그렇게

 

나는 염소에게 여물을 준다 피죽은 파문이 된다

절기마다 끊겨 들리는 소리

그래서

이번 겨울은 유독 춥다

얼지 않는 결정으로

 

태풍을 대비한 테이프들 곳곳에 붙여있다

정말 올지도 모르는데

도시를 통째로 날려버리면 좋겠어 분쇄된 곳 없이

다른 세계로

느티나무의 기억이 긴 곳으로

 

이곳은

새순이 돋아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염소에게 살점을 준다 여물처럼



<수상 소감> 전민서


아직 많이 미숙한 시를 다정한 시선으로 봐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시를 사랑해가는 과정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느낌이 들어 기쁩니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이나, 담벼락에 피어있는 능소화처럼 숨어있는 순간들을 기록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여과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오래 곱씹고 생각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백일장을 개최해주신 영주신문관계자분들과 심사위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드리며, 병오년 새해 모두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백일장 부문 : 장려작2>

 

비망록 / 김서연 (창원여중)

 

그 섬은 울음을 먼저 알았다.

 

바람이 스치는 길목마다

쓰러진 이름들이 말없이 누웠다

다시 일어난다.

섬의 마음은 시리도록 밤이었다.

 

그들의 이름을 영원히 베어다

불붙은 집의 연기가

이 섬 사람들의 한숨 한숨

허옇게 가려버리고

 

바람은 어디 송곳 박힌 듯

그 숭고한 이름들 위

붉은 눈송이 녹아내린다.

 

그 저 위에서 온 매서운 바람,

야속한 뒷모습

돌아오지 않은 이름들을 품고

저 사면 바닷속으로 가버린다.

 

그들이 가던 발자국을 가다 보면

이름들이 섬을 다 덮어버린다.

되돌아볼 고개의 수가 늘어난다.

까만 밤의 향연이다.

 

그 섬은 울음을 마지막으로 잊었다.



<수상 소감> 김서연 (창원여중)
 


백일장에 입상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지금까지 써온 많은 시들을 생각했습니다.

그 시들을 쓰면서 떠올렸던 생각들이 누군가에게 가닿았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제 시를 읽고 어떠한 각자만의 의미를 생각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를 쓰는 일은 가끔씩 오래 제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수상을 통해 글은 단순히 내 안의 감정을 넘어

누군가와 연결되는 매개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더 배우고 나아갈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거창한 이야기를 쓰기보단 한 걸음씩

제가 느끼는 작은 것들을 촘촘히 이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수상은 저에게 목표였지만,

저의 방향을 알게 해 준 나침반이 된 것 같습니다.

한 번의 결과에 머물지 않고, 더 단정하고 저만의 결인 글로 나아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수상에 감사드립니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영주신문 신춘문예 백일장' 부문 심사 총평

 

21세기 지역을 대표하는 오랜 전통의 영주신문이 3회 신춘문예 및 학생 백일장을 공모하였다. 선비의 고장이 주최한 만큼 작품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좋은 작품을 응모했다. 수상자가 한정되어 아깝게 떨어진 작품이 많았지만, 상을 받은 당선자들에게는 축하를, 당선되지 않은 분들에게는 용기를 가지고 다시 도전하기를 부탁한다.

 

최우수상을 받은 주백경 학생의 당선작 끝에 시작이 오는법작품은 전체적으로 사물을 보아내는 힘과 그 힘의 묘사와 이미지를 리듬감 있게 잘 표현된 작품이다. ‘사람 명 끝에 다다라도,/ 더 이상 리듬이 새겨지지 않는/ 심장을 가진 자라며 긴장과 갈등의 상승적 해소와 종말이, 끝이 아니기를 바라는 삶의 철학이 담긴 작품이다.

함께 출품한 시달과 별과 ()역시 자연을 관찰하는 힘이 서려있는 작품이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밤하늘 달조차 흐려진/ 지금 그 달 옆 지키던 별님들은/ 다 어디로 도망갔는가에서 별님같은 표현은 아동문학 같은 표현이어서 그냥 별이라고 표현하면 조금 더 성숙한 표현이 되리라 믿는다. 빛을 내고 있는 달과 별을 만나 획을 그어보려 했지만 만날 수가 없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난관을 극복해 나아가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앞날, 별똥별 보며 소원을 비는 순간 보였다가 꼬리를 그리며 사물을 관찰하는 힘이 돋보였다. 앞으로 꾸준히 노력하면 아주 훌륭한 시를 쓸 수 있는 소질이 보였다. 다른 시 말장난은 특정형식의 문학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시적 진실을 발견하고 발상을 얻어 시상으로 전개시키는 언어 능력이 뛰어난 세 편의 시에서 폭넓은 정신적 토양이 뒷받침되어 있음에 앞으로 좋은 시를 쓸 재능이 있음에 최우수작으로 뽑았다.

우수상을 받은 작품은 구윤하의뜨개질은 헝클어진 털실을 감아가면서 겉뜨기 빼뜨기도 하다가 안뜨기도 하면서 짜낸 시의 스웨터는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하였다. 대바늘을 바투 잡고 생명적 균형론에서 치유론까지 뜨개질한 작품은 손짐작만으로도 콧수를 세어가며 구체화할 수 있는 이미지로 삶의 실뭉치를 둥글리며 뜨고 풀었다 다시 짠 옷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금 더 노력하면 완성미가 높은 시를 쓸 수 있을 것 같아 우수상으로 뽑았다.

장려상은 김서연의 비망록이다. 만져지지 않고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는 그 섬의 울음이 나를 다른 세상으로 안내하며 낯설고 익숙한 사물과 낯선 사물이 하나의 형상으로 겹치는 순간 새로움이 발견되어 쓴 시이다.

또 다른 장려상은 전민서의 비오는 날이다. ‘흐르는 줄기가’ ‘민달팽이를 발견하고 그 기쁨을 무한으로 느끼게 한다. 인간의 마음에 내재된 동일성의 꿈인 새순이 돋아나기를 기다린다고 하였다.

세계관과 가치관 역사관의 차이로 시는 조금씩 다르지만, 역사의 큰 문맥까지 전체성을 지향하고 완결성을 향해 노력해 나아가면 좋은 작품들이 나올 것 같아 우리나라 문학의 장래가 앞으로 더욱 밝음을 느꼈다. 당선자들에게 축하를 보내며 당선되지 못한 분들도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 당선의 명예를 안을 수 있는 희망을 품고 꾸준히 노력하길 바란다.

 

심사위원: 이서빈(이옥·정구민·권택용·장진

 




= 시상식 (2026.1.15 오후 6:30) =

 


 


 

권대현 (youngju@news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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