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7-27 11:24

  • 박스기사 > 연재-이서빈 시인

덜컥, 수백만 평 감정이 다 탔다/ 글로별

이서빈이 읽은 감성시 - 환경시 특집

기사입력 2026-02-23 19:45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덜컥, 수백만 평 감정이 다 탔다/ 글로별

 

짱짱한 봄볕

열기가 이마에 닿으면 어릴 적 두려움이

그림자로 드러눕는다

 

길게 누운 나무그림자

심심한 어린시절을 핥으며 한낮을 심었다

 

논밭두렁 불씨는 성난 화마 되어 날뛰며

우물마저 모두 태워버리고

동동거리는 열기에 밤새운 불안

 

엄마 아버지 새카만 맘을 베고 자란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불이란 말에

심장 덜렁이는 병을 앓고 있다

 

지구속을 까맣게 태워버린

자욱한 불이란 말을 고삐에 잠시 매어놓으면 안 될까?

 

날은 점점 뜨거워

지구가 바스락거린다

바스락 소리에도

너무 조용해도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다

 

혹시 불지옥 떨어질날이 다가온 걸까?

 

수백만 평의 감정이 다 타버린 하루

 

 

 

(), 넘어/ 글로 별

 

난생처음 바다를 경험한 속초

 

산골짜기 어린애

책에서 본 바다 구경하러 삼촌 따라나섰다

 

칡넝쿨향기 구불거리는 진부령

멀미의 힘으로 올랐다

 

삼촌 손가락 끝, 능선 사이 바다라는 함지박 공중 띄워 놓고

오른 만큼 내리 달리는 속도 움켜쥐고

한나절 지나 사람들 해산하는 버스

 

동네 어귀 밭고랑같이 길게 늘어진 그물망이 피워낸 비린내

간신히 가라앉은 메슥거림 되살려 여독 부풀렸다

 

하늘 바다 한통속으로 붉은 무아지경 아침

입에 살살 녹는 생선 밥상

포만감 해실해실한 바다

짭짤한 바람자락

모래사장에 발자국 잃어버리며

희디흰 조개껍질 눈빛에 찔려

흠잡을데 없이 아름다운 시간을 수놓던

 

, 넘어서 어렸을 적 그 처음

 

살다가 노동 함량이 초과 되거나

설움덩이 목울대 차오르면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

, 넘어

어렸을 적 그 처음을 찾아나선다

 

 

 

 

생태적 허무/ 글로별

 

벚꽃을 피어낸 고독

사람 달뜨게 하다

불현듯 져버리고 마는

 

깜깜한 밤 백열등 빛 찾아 날아든 나방

사방이 빛으로 환해지면

빛에 말라 죽고 마는

 

살아온 생의 빛깔

꽃보다 더 꽃같이 이파리에 띄워 팔랑이다

무서리 내리는 한밤중

둥치 무덤에 순장 당하는

 

편리 최고 부유한 나라에서 수입한

알록달록 폐기물 동산

하얀버짐꽃 핀 아이들 작대기로 푼돈꽃 따는

 

세상 부끄러운 얼룩

한 번에

하얗게 덮어 시치미 떼는 하늘

 

눈 가리고 아웅

고양이 발자국 선명하다

 

 

 

덜컥, 수백만 평 감정이 다 탔다에서 덜컥은 놀라움이나 무서움으로 가슴이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나타내는 말인데 덜컥, 깜짝 놀랄 만큼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들여다보자. 백만의 여러 배가 되는 수백만 평은 그냥 땅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땀 흘려 살아온 고향이다. 장작 한 짐 지고 장터로 팔러가는 길이면서 심심한 어린시절의 추억이 묻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뭇별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지구별에 빗대어 땅별이 된다. 골짜기 사이로 이골 물 저골 물이 합쳐져 산 속을 뚫고 흐르는 강을 끼고 앉은 산골 동네, 묵묵히 농민의 직분을 지키는 사람들의 애환이 묻어있기에 감정이 된다. ‘논밭두렁 불씨는 성난 화마되어 날뛰고 있다고 한다. 꺼지지 않고 불을 이어가는 불덩이인 불씨는 논밭두렁을 다 태우고도 모자라 건조한 날씨에 산불로 번지며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긴박한 상황이 된다. 바람까지 불어 불길이 더욱 맹렬하게 확산되어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도 있기 때문에 소방관들의 신속하고 헌신적인 노력에도 초기진압이 어려워져 더 큰 피해로 갈 수 밖에 없다.

산불은 단순한 불이 아니다. 한 번 발생하면 순식간에 아름다운 숲을 잿더미로 만들고 귀한 생명들을 위협한다. ‘날은 점점 뜨거워/ 지구가 바스락거린다/ 바스락 소리에도/ 너무 조용해도/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다’. 기온 상승은 지구를 점점 바스락거리게 하면서 그 불씨를 걷잡을 수 없는 대형화재로 키우고 있다. ‘혹시 불지옥 떨어질날이 다가온 걸까?’ 불지옥은 온통 불로 뒤덮여있는 상태이다. 그것은 불길에 휩싸여 온몸이 타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하는 초열지옥이고 화염속에서 허덕이는 화염지옥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올 날이 멀지 않았음에 수백만 평의 감정이 다 타버린 하루가 될 수 밖에 없어 불안해진다.

우리나라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약 394건의 산불이 발생해 478ha의 산림이 피해를 입었을 정도로 자기 땅, 자기 영토를 스스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고온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잦아지면서 작은 불씨에도 대형 산불로 번지기 쉬운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절망의 저 깊이에 있는 이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이 시는 훈계가 되는 잠언적인 시라서 깊은 울림을 주는 환경 시라고 할 수가 있다. 결론적으로 불씨는 인간이 만들었지만 불길은 기후가 키우고 있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기온상승이 아니라 재난의 성격을 띠게 되었으며 인간사회의 대응능력을 무력화시키는 힘으로 작동해 가고 있음을 우리는 알 수가 있다. 이 시가 시인의 자연 사랑과 나라 사랑의 참다운 증거가 되어주고 있다.

 

다음 시(), 넘어가 보자. 은 고개 령이라는 한자로 고개, (높은 산의 고개)를 뜻한다. 그래서 재 령이라고도 한다. 사람이 넘을 수 있는 고개를 포함하여 산봉우리란 뜻으로 쓰이기도 하고 높은 산이 연이은 산맥을 뜻하기도 한다.

책에서 본 바다 구경하러 삼촌 따라나섰다라고 한다. 첫인상이 인상 형성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초기 경험은 새로움이란 자극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간은 변화에 예민하기 때문에 새로운 자극은 물체이든 인간이든간에 사람의 주의를 끄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난생처음의 첫 단어가 잘 기억되는 이유이다.

하늘 바다 한통속으로 붉은 무아지경 아침입에 살살 녹는 생선 밥상/ 포만감 해실해실한 바다를 난생처음 즐기고 나니 흠잡을데 없이 아름다운 시간을 수 놓았던 것이다. 기억이 남는 시간으로, 작은 쉼표 같은 공간으로 남아있다고 할 수가 있다. 미시령 터널이 개통하기 전의 미시령 옛길은 영동과 영서를 넘는 주요 도로 였다. 터널의 개통으로 고개를 넘는 차량은 급감하였다. 직선도로가 거의 없는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도로를 오른 만큼 내리 달리는 속도 움켜쥐고 한나절 지나 사람들 해산하는 버스였을 어린 시절, 그 시절은 오르막 내리막이 심했던 때 였다.

동해안으로 넘어가는 가장 빠른 관문 중 하나로 오래전부터 사람과 물자가 오가던 길인 한계령은 인제 한계리에서 양양 서면까지 이어지며 경사가 심한 이 구간은 해발 천 미터를 넘는 고갯길을 넘어 가서야 동해안으로 갈 수가 있었다. 깎아지른 절벽이 옆으로 지나가면서 꼬불꼬불한 도로를 지나왔으니 간신히 가라앉은 메슥거림 되살려 여독 부풀렸다고 한다. 차를 탔을 때 일어나는 어지럼증이나 역겨움은 몸의 긴장도가 높아지면 더 울렁거리게 된다.

유독 마음에 오래 남는 문장이 강하게 와 닿을 수 있게 하는 , 넘어서 어렸을 적 그 처음은 도치법으로 문장의 일반적인 어순을 의도적으로 바꿔 독자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길 수가 있다. 릴케는 시에 있어 체험을 매우 중요시해 시는 체험이다라는 정의를 내린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경험을 쓴 시인의 시속에 들어있는 진실은 모두가 통하는 까닭에 감명이 더 크게 와닿을 수 밖에 없다. 모든 역사는 어린시절의 그리움이며, 이 그리움의 역사는 령을 넘어야만 그 처음을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시 생태적 허무를 느껴보자. 생태적 삶이란 무엇일까? 지구 생태계 안에 존재하는 생물과 무생물들의 연관 관계를 따져 이들의 연결망을 파괴하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 생태적이라 할 수 있다. 생태계와 인간의 삶이 함께 융화하여 조화를 이뤄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벚꽃을 피어낸 고독을 이겨내고 겨우 피었건만 불현 듯 져버리고말았다.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은 오래전부터 삶의 덧없음에 비유되었다. 고을사 저 꽃이여를 지은 안민영의 시조에서도 꽃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며 항상 아름답게 피어 있을 것을 노래한 시조가 있듯이 우리는 꽃이 피면 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존재이다.

주로 밤에 활동하며, 쉴 때에는 날개를 포개어 몸위에 두거나 옆에 펼쳐놓는 나방이 빛 찾아날아들었는데 말라 죽는다. ‘살아온 생의 빛깔둥지 무덤에 순장 당하는세상이 되어버렸다. 자기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시인은 본인의 삶이 지구생태계 속의 연관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고 그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편리 최고 부유한 나라에서 수입한/ 알록달록 폐기물 동산에 올라가보면 폐기물은 일상생활 중 그 사용 용도를 다하여 더 이상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물질을 배출하여 사업장 폐기물로 매립하고 소각 되었음을 볼 수가 있다. 매립으로 인하여 발생된 메탄 가스에 의해 하얀버짐꽃 핀 아이들 작대기로 푼돈꽃딴다고 하였다.

폐기물 중에서도 전자폐기물에는 독성물질인 납, 카드뮴, 크롬, 수은 등 중금속이 들어있다. 이러한 물질들을 땅에 묻을 경우 강 바다 지하수룰 오염시키고 오염된 땅에 농사를 지으면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독성물질이 흘러들어갈 수가 있다. 원자재 고갈, , 에너지 소비, 대기오염 등 환경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세상 부끄러운 얼룩을 모른 척 시치미 떼는 하늘이라고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격이다. 얕은 수로 남을 속이려 한다는 눈 가리고 아웅/ 고양이 발자국 선명하다라고 한다. 생태적인 삶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현재의 전지구적 생태위기를 자각하는 가운데 지구적인 시각에서 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길을 여러 사람과 함께 찾아가고 행동을 통해서 그 길로 이미 들어선 것이다.

처음에 이 길을 찾은 단체가 남과 다른 시 쓰기 단체이고 이 길로 들어선 글로별 시인은생태적 허무라는 환경시를 쓰면서 또 실천하면서 힘을 합쳐 전 지구 인류의 삶을 생태적인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 글로별 시인

*서울 출생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지방행정 사무관 퇴임

 

 

# 이서빈 약력

경북 영주 출생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달의 이동 경로」「함께, 울컥」「올챙이를 산란하는 비요일」 「창의력 사전다수

한국 문인 협회 인성교육 개발위원

한국 펜클럽 회원

시인뉴스.모던포엠.스토리문학 편집위원

소설:소백산맥17권 영주신문 연재중 11권 출간

주소: 서울시 중랑구 겸재로 5487, 1101호 우)02208

이메일: happyjy8901@hanmail.net

 

권대현 (youngju@newsn.com)

  • 등록된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댓글1

스팸방지코드
0/500
  • 글나라
    2026- 02- 25 삭제

    글로결시인의 덜컥, 수백만 평 감정이 다 탔다 모두가 공감되는 이야기이다 봄만되면 산불걱정에 마음 졸이고 살고 있는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