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리의 휘발유 값 상승폭이 일본의 10매에 달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미국,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일본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 당 1.4엔(약 13원) 오르는 데 그친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140원 넘게 뛰었다는 것이다. 16일 동안 호주에 머물다 어제 귀국한 내 눈에도 시드니의 주유소 입구마다 크게 표시되어 있는 휘발유 가격에서 큰 변동을 느낄 수는 없었다.
왜 우리나라만 유독 커다란 상승폭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한국이 70%, 일본이 95%로 오히려 중동지역의 정세 변화에 일본이 우리보다 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 모두 미국 달러 대비 약세여서 환율 영향도 비슷한데, 두 나라의 유가상승 폭이 단기간에 약 10배 가까이 벌어진 것이다.
6일 일본 최대 주유소가격정보 플랫폼 고고지에스(gogo.gs)에 따르면 5일 기준 일본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55.5엔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8일 평균 가격(154.1엔)보다 1.4엔 오른 것이다. 반면 한국석유공사가 발표한 5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1834.4원으로 지난달 28일(1692.9원)보다 141.5원 상승한 것이다.
강천구 인하대 교수는 "일본과 우리는 모두 싱가포르 시장 현물 가격을 기전으로 소매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처럼 가격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생긴 이례적인 가수요가 일본과 유가 격차를 키웠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유가 급등을 예상한 소비자들이 서둘러 차량에 기름을 채우고, 수요 대응과 원유 공급 불안을 우려한 대리점과 주유소들이 물량 확보에 나서며 유통단계 가격이 빠르게 올랐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국제 유가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정유사에 직접 보조금을 줘서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지 않도록 관리해 왔고, 이에 소비자들은 "내일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서 우리와 같은 사재기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발생했을 때 내 시선을 잡아 끈 것은 그 난리통 속에서도 텅 빈 편의점의 물건들이 손 하나 타지 않고 그대로 보전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L.A 폭동 때의 미국과 너무도 차이나는 그 모습에 일본 국민들이 지니고 있는 공동체 의식에 기반한 도덕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만일 우리들에게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최근 우리는 심각한 모럴해저드에 빠져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적 편향성이 과도하게 작용하면서 집단이기주의에 함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한다. 정치지도자가 자신의 도덕적 결함을 지우기 위해 공정. 평등의 탈을 쓰고 행하는 정치적 조작 (Politial manipulation)은 포퓰리즘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국민 혈세로 장기적 악성 채무를 탕감하여 주면서 성실하게 채무를 변제한 서민들을 바보로 만드는 듯한 정책은 도덕적 기준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행위라 할 수 있었다. 다주택자를 향한 정책에서도 자기들 편에 대해서만 허용되는 관대한 이해 또한 정책의 도덕적 기준을 뒤흔드는 일이다. 더 이상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 전체를 모럴해저드에 몰아넣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뉴스에서 한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시장에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일반인도 알 수 있는 너무도 당연한 논리지만 이게 작금의 사태에서 사회지도층 인사가 매스컴을 통해 할 수 있는 얘기인가? 국민들이 사재기를 하면 얼마나 하겠는가? 집에 기름 탱크를 장만해 놓고 휘발유를 퍼다 붓기라도 하겠는가? 기껏해야 서둘러서 차에 휘발유를 보충하는 정도였을 것이다. 문제는 국가의 위기를 이용하여 수익을 극대화시켜 보겠다는 얄팍한 상술과 유통 시스템 그리고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정책의 둔감성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선진국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공동체 의식을 고양시키고 도덕적 가치를 존중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여, 야할 것 없이 정치권 모두가 발 벗고 나서야 할 만큼 우리 사회가 위기에 봉착해 있음을 이번 사태는 여실히 증명해 주었다.
공동체 전체가 고통에 시달릴 때 혼자만 잘 살겠다고 전체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몰염치를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때 깨끗이 보전되어 있던 진열대의 물건들에 대한 기억이 더욱 선명해지는 아침이다. 솔직히 부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