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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7-27 11:24

  • 박스기사 > 연재-이서빈 시인

시인의 말/ 정 순 영

이서빈이 읽은 감성시

기사입력 2026-05-25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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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정 순 영


시인의 말은
세상 말이 아니지

산과 바다가
주고받는 말

바람과 나무와 계곡 물소리가
주고받는 말이지

시간 안에서
시간 밖으로

시인의 말은
하늘이 알아듣는 말이지

 

 

 

아리스토텔레스는시학에서 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역사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말하지만,
시는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했다.

역사는 한 왕의 죽음을 기록하지만,
시는 인간의 욕망·비극·사랑·운명 자체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시인을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철학자로 본 것이다.

 

정순영 시인의시인의 말시 첫 문장 시인의 말은/ 세상 말이 아니지

에서 사실상 인간 언어의 근원을 말하는 철학적 선언 같아 여기까지만 읽어도 얼마나 깊은 내면에 얼마나 넓은 철학적 주파수를 내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산과 바다가
주고받는 말

바람과 나무와 계곡 물소리가
주고받는 말이지라고 산과 바다, 바람과 계곡 물소리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존재가 인간에게 보내는 신호로 추상적 관념이 아닌 사실성을 객관화하고 있다. 시인은 시인은 아름다운 문장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존재가 스스로 드러나는 통로라는 하이데거의 말을 증명하고 있다.
시인은 단순히 아름다운 말씨만 행간에 모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주 안에 흐르고 있는 소리를 듣고 보고 자연의 소리를 철학적으로 번역하고 있다.

 

산과 바다가 주고받는 말에서는 인간 중심적 세계관이 해체되고
자연은 인간의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언어 공동체라고 신선한 충격을 가하고 있다.

자연을 죽은 물질이 아니라 살아있는 하나의 무한한 실체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바람과 나무와 물소리가 서로 말을 주고받는다는 표현은 단순한 의인이 아니라, 존재 전체가 하나의 호흡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직관인 것이다.

시인은 그 거대한 호흡 속에서 인간 언어 이전의 자연의 말과 그들이 주고받는 감성을 받아 적으며 생태 시학의 중요성을 절제된 감정으로 그려낸다.

그 여백을 따라가노라면 시를 읽는 우리의 영혼도 푸른 초원과 생명의 근원인 바다로 인도되어 우리를 아집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게 한다.

특히
시간 안에서/ 시간 밖으로라는 구절은 노자의 무위(無爲) 사상처럼, 인간 시간과 우주 시간이 겹쳐지는 순간을 보여주고 있다.


시란 인간이 자연을 설명하는 행위가 아니라, 존재의 숨결을 잠시 빌려 말하는 순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시인의 말은 세상 사람이 모두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것은 논리 이전의 언어이며,
존재와 침묵 사이에서 시간 안에 있던 것이 시간 밖으로 다시 태어나는 말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인의 말은/ 하늘이 알아듣는 말이기에 시인을 문장가가 아니라
하늘과 땅 사이의 번역자로 바라보고 있다.

노자는 도를 말할 수 있다면 영원한 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노자는 진실한 것은 설명될 수 없다고 보았으며 가장 본질적인 것은 오히려 침묵과 여백 속에 존재한다고 했다.

시인은 많은 여백에 침묵을 심어놓고 과장 하나 없는 짧고 담백한 언어로 말하고 있어, 그 사이에서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의 미학과 깨달음의 미학, 그리고 생명존중미학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말하는 듯 말하지 않는 차별화된 이 짧은 시 한 편에 수도 없는 생각이 고삐 풀린 황소처럼 길길이 날뛰게 하는 매혹적인 시간을 경험하게 됨에 현실을 초월한 경험을 한 느낌이다.

굳이 모호성이나 난해성을 수용하지 않고도 이렇게 공감의 영역을 확장 시킬 수 있는 언어를 그물망으로 잡아올려 멸치 떼처럼 팔딱이는 시다.

무한한 상상력을 확장하여 쓰는 법의 정수를 붉은 낙관처럼 새겨놓은 시다.

 

 

 

# 정순영 시인 약력

정순영 시인

* 1974<풀과 별> 천료.

* 시집 시는 꽃인가13. ‘한국시학상외 다수 수상.

* 부산시인협회 회장, 국제PEN 한국본부 부이사장,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등 역임. 월간<한맥문학> 편집고문.
 

# 이서빈 시인 약력

이서빈 시인


경북 영주 출생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달의 이동 경로」「함께, 울컥」「올챙이를 산란하는 비요일」「창의력 사전다수

한국 문인 협회 인성교육 개발위원

한국 펜클럽 회원

시인뉴스. 모던포엠. 스토리문학 편집위원

소설: 대하소설 소백산맥17, 영주신문 연재 출간

주소: 서울시 중랑구 겸재로 5487, 1101호 우)02208

이메일: happyjy8901@hanmail.net

 

권대현 (youngju@news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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