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선거관리위원회 덕분에 우리 국민 전체가 다시 한 번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OECD가입국이라는 국격이 무모한 계엄으로 손상을 입었고, 그 어리석음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특검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집권세력의 비민주적 행태 또한 국제사회로 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특검은 살아있는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고안된 제도인데, 무소불위의 힘으로 행정. 입법. 사법을 장악한 집권세력이 특검을 애용하는 아이러니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아마도 대다수 국민들은 특검에 대해 식상한지 오래일 것이다. 하기는... 윤어게인을 외치는 시대착오적 망상에 사로잡힌 또 다른 한 쪽이 끊임없이 그 빌미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다만.
반기업적 정서로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킨 현 정권이 몇몇 기업이 주도하는 주식 시장 활성화 덕분에 환율 상승, 물가 상승, 고용 악화 등의 온갖 경제적 적신호를 가리고 있는 현실 또한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개표와 투표가 같은 시간 대에 이루어지는 민주주의의 기본이 상실된 전대미문의 사태는 말할 것도 없고, 투표용지 부족이 전국적인 현상으로 확대되고, 일련번호가 없는 투표지, 개표 결과 입력의 오류, 증거 보전을 위한 투표함의 분실 등 처음 14개 동 투표용지 부족으로 시작된 선거관리의 문제는 양파 껍질처럼 까도까도 그 속이 보이지 않는다.
직원 채용 비리는 말할 것도 없고, 몇 년째 반복적으로 선거철만 되면 대규모로 휴직, 휴가를 떠나는 선거관리워원회 직원들의 상습적 행태에서 부터 선거관리의 부실은 예견된 것이었다. 한마디로 선거관리위원회는 복마전 伏魔殿 그 자체다.
더 답답한 것은 대통령의 어정쩡한 대처이다. 얼마나 기민한 대통령인가? 사실 대통령의 기민한 대처는 집권 초반 그의 지지율 상승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밤늦게까지 SNS 소통을 하며 '일 열심히 하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가끔 이스라엘 문제, 스타벅스 문제 등 채 거르지 못한 언행으로 문제가 되기도 하였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굼뜨기만 하다. 노란봉투법에서 모든 책임이 최고경영자에 귀결되듯, 같은 이치로 나라의 모든 사태는 대통령이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 이 사태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자세는 결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정치적으로 불리하면 발을 빼고, 자기 지지도에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일에만 편승한다면 어찌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 할 수 있을까?
대통령은 정파와 이념에서 벗어나 국민 모두의 평등한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감안하더라도 이번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대응은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헌법기관이고 뭐고를 떠나서 헌법적으로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이 침해받은 전대미문의 사태이다. 혹시 이 문제에 개입하여 야권 일부의 부정선거 이슈에 휘말릴 것을 두려워한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
지금 국민의 요구에 정확히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다수 국민은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게 아니라, 기본권의 올바른 행사를 위한 시스템의 정비를 강력히 원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정파도 없고 정치적 이해득실도 없다. 추락한 국격의 회복을 위해서 대통령의 인식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