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8-24 11:27

  • 오피니언 > 오피니언

살다 살다 정말....

황윤현

기사입력 2026-07-20 17:49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0

13011557. 자랑스러운 나의 군번이다.
7910월에 입대하여 825월에 전역할 때까지, 이등병, 일등병, 상등병, 병들의 장인 병장으로 작대기 4개 달고 전역하여 예비군이 될 때까지 대한민국의 사병으로 내 역할에 충실했다. 이 나라의 국민이면 당연히 수행해야 할 소위 '국방의 의무'를 다한 것이다.

서울대 정치과에 다니시다가 학도병에서 시작하여 장교로 한국동란을 관통하신 아버지는 화랑무공훈장과 충무무공훈장을 받으셨다. 특히 충무무공훈장은 목숨을 건 최전방 고지전에서 적을 섬멸하고 적 장교까지 포로로 잡아서 받으신 훈장으로, 나중에 받으신 금탑산업훈장보다도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셨다.

내가 군대 갈 무렵 우리나라에는 군 복무 관련 부정이 암암리에 행해지던 시기로, 부유한 집 자식들은 면제나 방위 소집 등으로 현역 복무에서 빠져나가는 일이 드문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 집은 부유했고 아버지는 사회적인 힘이 있으셨다. 하지만 나도, 동생도 현역병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였다. 특히 동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훈련이 힘들다던 강원도 사창리 '이기자부대'에서 복무하였다.
나는 입대하자마자 대통령 서거, 12.12사태, 5.18 광주 민주화 항쟁까지 정말 긴박했던 한 시절을 겪으며 하찮다면 하찮을 '국난극복기장'을 받기도 하였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군대 다녀온 사람이 군 복무를 마쳤음에도 다시 군에 입영하는 악몽(?)을 꾸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나 또한 전역 후 십 년 동안 몇 번인가 그런 소름 끼치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그만큼 군복무라는 의무는 청춘의 한 시절을 군문에 가둬버리는 고통이기도 한 것이다.

최근 국방부장관의 탈영 의혹으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친한 지인들 사이에도 여럿 있는 방위병 출신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방위병 출신이 국방장관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적절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것은 현역병도 마찬가지다. 군대라는 조직의 특성을 감안할 때, 되도록이면 장교의 직위로 지휘체계를 이해하고, 통솔의 경험을 갖춘 사람이 국방부장관에 오르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설마 장교 출신 중에 그만한 인재가 없어서 방위병 출신을 국방장관에 앉힌 것은 아닐 것이고, 어떤 이유에서건 그 사람을 앉혀야만 했다면 최소한 인사 검증이라도 철저히 한 후 임명했어야 했다. 국민의 안위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대한민국 모든 군인과 그 종사자들 앞에 부끄럽지도 않은가? 정말 대국민 사과라도 해야 할 사안 아닌가? 지금이라도 명명백백하게 사실을 밝혀내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여기에는 이념도 없고, 정파적 이해득실도 필요치 않다.

국제 사회는 어떤 눈으로 이 나라의 국방을 바라보겠는가? 만일 탈영 의혹이 사실이라면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작년 12월에 소천하신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매주 '군선교헌금'을 단 한 번도 빼놓지 않으셨다. 아버지가 이 상황을 모르고 돌아가신 게 다행이라고 느껴질 만큼 충격적인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
현 정권은 신성한 '국방의 의무'가 더 이상 희화화 되지 않도록 뼈저리게 반성하여야 한다.

90세 되시던 해 아버지가 남기신 시이다.


산골짝

- 황경노 -

선명한 기억은 세월에 지지 않지요
70여 년 전 어느 날을 회상합니다

산새 소리 자유롭고 풀벌레 소리 가득하던
강원도 인제 어느 산골짝
포성이 울려 퍼지며 포탄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앞산 넘어 적군 진지를 향해
휘하의 박격포 삼 문으로 맞대응하니
삽시간 골짜기는 아수라장이 됩니다
잠깐의 적막을 이루는 새벽이면
숨죽였던 풀벌레, 전쟁의 아픔을 알고나 있는 듯
진혼곡을 연주합니다
순간의 정서마저도 사치스러운 산골짝
메아리조차 구분할 수 없는 포성과 함께
전투가 재개되고
살아남을지 죽을지 모를 막연함 속에서
또 하루가 시작됩니다

지표 깊숙이 상처를 보듬은 골짜기는
그날의 포성을 기억할까요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노병은
그날 그 산골짝을 회상합니다

권대현 (youngju@newsn.com)

  • 등록된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댓글0

스팸방지코드
0/500